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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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이사한 집에서 동생이 이케아 테이블을 조립하며 말했다.

    오빠야는 왜 아빠랑 술 안마시는데?

    그냥. 뭔가 불편하기도 해서.

    내 얼마전에 아빠랑 후쿠오카 갔다 왔잖아.
    그 때 이자카야에서 아빠랑 술 마셨었거든.
    근데 아빠가 정호가 같이 술 안마셔줘서 서운하대.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다시 이케아 테이블의 설명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빠는 오빠야 보면 예전에 아빠랑 같이 목욕탕 갔었을 때가 생각난단다.

    목욕탕? 어릴 때 빼고는 안갔는데.

    오빠야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그 때 한 번은 아빠랑 같이 냉탕에서 놀고 있었대.
    오빠야가 수영도 못하고 키도 작았잖아.
    그래서 냉탕에 있는 봉을 잡고 반대편 끝까지 걸어가고 있었다는거야.
    근데 그 때 반대편에서 다른 애가 똑같이 그렇게 오고 있었대.
    그래서 아빠는 얘가 어떻게 할려나 싶어서 보고 있었는데
    오빠야가 망설이지도 않고 봉을 놓고 지나가라고 양보를 했었대.
    그 때 아빠가 ’아, 얘는 참 심성이 착한 애구나’ 하고 생각 했대.
    '나는 정호 보면 그 때 일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그러더라.

    나는 쳐다보던 이케아 설명서에서 눈을 돌려 동생을 보았다.
    왜인지 동생이 나를 원망스럽게 보았던 것 같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의 일.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어느덧 아득한 시간차를 살아왔다.
    이번에 부산으로 내려가면 아버지와 술을 한 잔 해야지.
    괜히 목이 메여서 다시 이케아 설명서로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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