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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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층 아저씨께서 내 방이 있는 이층 외벽에 등을 달아주셨다. 퇴근이 늦은 내게 가파른 밤 계단 조심하라는 후덕한 주인집 내외의 정이다. 저녁에는 담벼락을 공유하는 옆집과 가로수 불빛이 충분히 새어나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달이 뜨지 않는 그뭄에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구는 움직임을 감지해 저절로 불이 켜지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꺼진다. 문제는 길고양이들이 수시로 내 방 앞을 오간다는 것. 야행성인 녀석들 덕분에 이층 현관은 깜깜한 밤에도 수시로 불을 밝혔다.

     

    다행히도 나는 잠귀가 무척 어두운 편이라 불빛으로 숙면을 방해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이른 새벽 대문 밖을 오가는 이들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지 않도록 당분간 등을 꺼두기로 했다. 고양이는 밤눈이 밝으니 전혀 문제없을테지.

     

    다시 켜놓을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아니, 외로울 때만 잠시 켜두고 싶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처럼 느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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