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EUROPE #1

2014.05.28 / 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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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38일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열심히 걷고 걸었습니다.

    아시아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여행'의 이미지는 곧 '따뜻한 남국 어딘가'에 대한 이미지와도 같아서 
    추운 유럽의 도시와 그 풍경들은 낯설고 때론 외롭기도 했어요. 

    하지만 씩씩하게 혼자 걸었던 시간들은 분명 행복했고, 기억은 무척이나 특별합니다.

    '언젠가 파리의 낡은 옥탑방에서 살거야' 라는 어릴적의 꿈도 잠시나마 이루었고, 고흐의 <Almond Blossom>도 드디어 만났어요. 
    슈퍼마켓의 할인 코너를 기웃거려 끼니를 때우는 대신, 돈을 아껴 미술관 샵에서 좋아하는 작품의 프린트를 구입하기도 하고, 
    그러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의외로 여유가 생겨 와인에 디저트까지 곁들여 식사를 하기도 했죠. 
    항공사 실수로 수화물이 분실되었던 그 날의 끔찍한 사건은, 이젠 웃으며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되었네요.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고, 잊지 못할, 반드시 기억해야할 만남 또한 많은 여행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에선 좋은 일이 많은 만큼 나쁜 일도 많아요. 
    한국에서라면 겪지 않을 일을 굳이 그곳까지 가서 겪어내기도 하구요.
    하지만 여행할 때의 제 모습 만큼은 큰 목소리로 "난 멋진 여행자였어!" 라고 자랑할 수 있어요. 폼 잡지 않는 여행자는 언제나 멋지니까요.

    길을 걷다 잠시 앉아 쉬어가는 틈틈히, 하루를 끝내고 숙소에서 잠들기 전에 그렸던 여행 스케치들로
    혼자 꾸려낸 38일의 시간과 씩씩하게 걷고 걸었던 여행 이야기를 전합니다.


  • #001 in Rome

    오래된 도심에서 머물다, 북향으로 방향을 정하고 
    수많은 골목과 사잇길들을 쫓아 가다보면 어김없이 포폴로 광장을 만날 수 있었어요.
    거의 매일 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엔 이곳 언저리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광장에 놓인 투박한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조용히 밤을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보르게세 공원 초입의 언덕에 올라 광장을 가만히 내려다보곤 했어요.



  • #002 in London

    런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가면 어김없이 음악 소리가 들려와요.

    기타 하나 덜렁 메고 연주와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이 정신없이 스쳐가는 길거리에서 거침없이 오페라를 부르는 사람도 있죠.

    오늘은 아침부터 비 때문에 눅눅해진 공원을 잔뜩 걷고서
    허기를 떼울만한 것이 없을까 살피며 들어간 코벤트가든에서도 역시 악기 연주소리가.
    춤을 추며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연주자의 흥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선,
    커피 값을 팁 박스에 넣고 같이 헤헤 거리면서 한참동안 서서 구경했어요.



  • #003 in Paris

    파리에서의 8일 중 며칠을 5구에 위치한 Ms Hang의 아파트에 지냈어요.
    파리의 오래된 건물들은 작은 옥탑방을 지붕에 걸쳐놓고 있는데
    오래 전 파리 귀족을 모시던 하녀들이 그곳에 살았다고 해요.

    짧게 머무르는 동안 아파트의 작은 부엌을 위해 매일 조금씩 장을 봤어요.
    주로 아침 식사거리였지만, 장바구니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기분 내기용 와인 ! 

    와인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다 그 종류는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아 
    높고 넓은 진열대 앞에서 한참 서성대야했어요.
    어딘서 들었는지도 모를 짧은 와인 지식을 총 동원, 꼼꼼히 라벨을 읽으며
    고심 고심해서 처음 고른 것은 4유로짜리 화이트 와인.
    아무리 가난해도, 1-2유로짜리는 너무한 거 아닐까, 하며 조금은 양심있는 선택을 :-p



  • #004 in Amsterdam

    고흐 미술관 바로 맞은 편 골목에 있던 작은 숙소엔, 
    머무르는 사흘 내내 손님이 없어 6인실 방에서 혼자 지내야 했어요.

    혼자 지내는 동안 조금 심심한 듯도 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밤에 숙소에 돌아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찬 공기를 듬뿍 맞으면서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숙소에 놓인 커피와 이곳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추천해준 네덜란드 과자, 
    혹은 시장에서 산 정체 모를 와인과 치즈들을 창틀 위에 늘어놓고 야식상을 차려 먹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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