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6일

  • 황금 같은 주말이라고 누가 그랬지? 앞으로 나와 엎드려뻗쳐. 일하면서 주말이 없어졌다. 이틀 연속 주말에 출근한다. 게다가 오늘은 야근까지 해야 한다. 전염병이 퍼지고 병원에 약도 없는 병에 걸린 환자들이 늘어나도 사람들은 할 건 다 한다. 개까지 끌고 나와 산책하고 쇼핑하고 경치 좋다고 기지개 켜고 밥 먹고 하품하면서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무엇보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출근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따위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쓴다고 그게 뭔 차이야. 그냥 손 씻고 마스크 끼고 다니면 별문제 없겠지. 난 돈 벌어야 해.
    이번 달에 쓴 카드비 메꿔야 하고 통신요금하고 와이파이도 내야하고, 부모님 생활비도 내야하고, 지난 우리 누나 생일 선물도 아직 못 해줬다고. 이렇게 늘어놓으니 효자가 납신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그냥 흔한 이 시대 삼십 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나부랭이. 월급쟁이. 회사에 나와서 웅크려 있는 채로 고개를 뒤로 돌아 시계 보는 일만 해대는 조직 사회의 아주 작고 작은 나사 중 하나일 뿐인. 알지? 그래그래. 맘대로 씨불여. 또 다른 망상이 움직인다. 물론 현실 바깥에서부터. 검은 덩어리가 입 비슷한 구멍을 움직인다. 아주 빠르고, 물에 빠진 것 마냥 허우적허우적.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이건 현실이 아니라서 들리지도 않는다. 그냥 보기만 한다. 그것을 도와줘야겠다는 윤리적 도덕적인 심경 따위 절대 우러나오지 않아. 길가에 차에 치인 개조차 한 테도 불쌍하다는 동정심이 드는데 이번엔 왠지 모르게 아주 냉정해지는걸. 바라만 본다. 마대 비슷한 것에 담겨 머리만 쏙 튀어나온 게 아주 처량하다. 처량해? 아니야. 별로. 내가 보기엔 이제 버릴 때가 됐구먼. 뭘. 까맣고 찢어지고 전혀 건강해 보이지 않아. 못생기고 혐오스러운 건 긍정적인 생활에 치명적이야. 다 소모되고 쓸모없는 건 빠릿빠릿하게 처리해야 해. 그런데 그림으로 그려진 이상 이건 어디로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버려진 채로 입을 벌리며 중얼거릴 거 아냐. 하하 바보 같네. 네가 컴퓨터 파일을 지우고 그림은 찢어버리면 되잖아? 속내를 말해봐. 좀 솔직해져 봐. 난…. 모르겠어…. 그냥 빨리 치워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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