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소책자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책을 넘기는 행위를 <수평>이 아닌 <수직>이 되도록 만들어서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옆으로 넘기는 책의 구조가 아니라, 위로 길게 넘기는 책의 구조는 흔하지 않지만
여러개의 상하 층위를 나타내기에 적합했다.
그래서 제목은 <맨틀로 가는 여행>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비행사는 아래로 내려간다.
전통적인 책넘김의 순서는 맨틀로 점점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맨 뒤에서부터 거꾸로 넘기면 다시 지상으로 나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0에서 100으로 가는 것이 아닌, 0에서 -100으로 갔다가
책을 우리가 거꾸로 넘길 때에야 비로소 -100에서 0으로 돌아올 수 있다.
소책자라는 고정적 프레임 안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요소(캐릭터,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질감)를 첨가했다.
말이 없어도 흥미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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