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풍경감각] 우듬지 산책

  • ‘매일 지나는 길가 풍경이 매일 같을 리 없다.’ 매일 산책하는 이의 SNS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무척이나 동감하는 말이지만, 미세하게 달라진 풍경을 읽어내기 어려운 어떤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의 산책에는 달콤한 바닐라라떼 한 잔을 연료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매일 지나는 그 길에 늘어선 나무 위를 걸어본다면 어떨까?

     

    껑충하게 자라는 키 때문에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었던 백합나무 꽃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 또, 백목련꽃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을 수도 있겠지. 나무 위에서만 지내기 때문에 보기 어렵다는 딱정벌레나 나비, 혹은 둥지 속의 어린 새와 마주친다면 좋겠다. 사람 손 타지 않은 모과나무 열매 하나쯤 따고, 떨어져 터지지 않아 온전한 살구 몇 알도 살짝 맛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이것저것 구경하다 다다른 숲에서 일렁이는 녹색 잎사귀의 물결을 보고 돌아온다면 완벽한 산책이 될 듯하다.

     

    보도블록 위를 걷는 매일이 똑같게 느껴진다면, 가끔은 지면에서 멀리 달아나보자.

     

     

     

    *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본 꼭지는 2020년 7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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