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감각 8월호] 있지도 않은 풍경은 아름답고

  • 있지도 않은 풍경은 아름답고    

     

    아름답다. 고 말하면 친구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곤 했다. 아마(일상 대화에서 접하면 조금 오글거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운지 되묻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못했기 때문일 듯하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아름답다고 하고 싶다. 있지도 않은 어떤 풍경에 대해. 

     

    조경학과에 다니는 동안, 꽤 여러 번 말도 안 되는 설계를 했다. 한 번은 모래 유실로 사라진 해수욕장을 대신할 인공구조물을 바다 위에 띄우겠다는 발표를 했었고, 주민들이 잠시 햇볕을 쬐고 구름을 구경할 수 있도록 쪽방촌 공터에 주변 건물보다 높은 공중 데크를 디자인했으며, 부루마블 게임을 한 뒤, 게임판 위에 세워진 건물대로 공간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당연히, 이런 풍경 중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외장하드에 연도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설계안 폴더를 살피고 있으면 이 있지도 않은 풍경들이 왠지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사소한 장점을 크게 이야기해주었던 이들 덕분인지, 혹은 ‘추억 보정 효과’ 일지… 역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올해도 모교에서 졸업 설계가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껏 설계한, 그리고 앞으로 꿈꿀 풍경들이 쓸모를 찾지 못하게 되더라도 각자에게 아름답기를 바란다.

     

    * 이번 글과 그림은 이제니님의 시집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0년 8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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