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감각 10월호] 마스크를 쓴 시인

  • 마스크를 쓴 시인

    시 낭독회에는 좀처럼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다. 코로나 19 탓도 있지만 혼자 있어야 더 깊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던 건, 시인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서였다.     

    낭독회는 새 시집 출간을 기념해 시인과 시를 좋아하는 이들, 그리고 동료 시인 몇이 모여서 시를 소리 내어 읽고 해설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시를 쓴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짐작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시인은 왠지 다른 우주의 존재처럼 느껴졌는데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한다기에 신기했다. 그 시인이 시에 쓴 ‘걷어찼다’가 은유가 아니라 진짜 발차기였단 것도. (의외로 격투기를 오랫동안 했다고.) 또, 오래도록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처에 대한 부분을 읽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도 했다. 아픔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 경험을 그대로 적을 수 없었던 걸까.     

    집에 계신 아흔 넘은 할머니를 떠올리면 지나치는 사람들이 마스크로 코와 입을 잘 가렸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낭독회에서 만났던 시인이 생각난다. 지나간 사람들 중에, 그 시인이 있지 않았을까? 마스크보다, 마스크 밖으로 드러낸 것과 감춘 것을 살펴야 하지 않았을까? 왠지 코로나 19가 만든 마스크의 풍경이, 조금은 달라 보이는 듯하다.     

     

    * 해당 행사는 지난 6월에 열렸으며,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 진행되었습니다.     

    *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0년 10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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