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일러스트 매거진2019년 10월호 My work 코너 인터뷰 | 일러스트레이터 이민진

View
80
Love
1
comment
0
  •  

     

     

    | my work 작가  인터뷰  - 이민진 (minjinpencil@naver.com)

     

     

     

     

     

     


    + 소개

     

    2008년도부터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진 (Lee, Minjin) 이라고 합니다.

     

    + 계기 - 작가로 활동 하게된 계기, 멘토, 데뷰 시절이야기 등등

     

    2008년 2월 대학 졸업 시기 즈음, 우연히 좋은 기회로 작은 디자인회사에서 사내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게 된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계기였어요.

    디자이너들과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일하며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줬어요. 

    몇가지 예를 들면, 디자이너들의 실무 현장과 진행 방식, 회사 내 구성원들의 분업과 협업, 그리고 어깨너머 배운 전화 업무 매너 등 제가 인지해야만 하는 부분과 활용하면 좋을 실용적인 것들이 많았죠.

    저에게는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그리는 상업적 일러스트와 온전히 제 자신을 위한 개인작업 일러스트 이렇게 두가지가 공존하고 있어요. 

    이곳에 소개하며 비중있게 다룰 그림들은 제 개인작업들이겠지만,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건 클라이언트 작업들이었어요. 그래서 이 둘을 함께 섞어가며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 내 작업의 가장 큰 매력

     

    모호한 어린이들. 아이들의 모호한 분위기를 담은 그림. 여러 감정이 담긴 표정들이 좋아요. 특히 장난기 가득한 익살스런 표정, 잔뜩 뿔난 표정들이요. 그리고 연필 질감을 사랑하고, 그림 구성면에서는 단순하고 조금은 투박해보이는, 그리다 만 것 같은 미완성의 부족한 느낌을 좋아해요. 하하하하. 그런데 가끔 정말 깔끔하게 그린다는 코멘트를 받을 때도 있어요. 부정하지 않아요. 몇번을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바로 그리기를 반복하는 집요함도 다분하거든요.

     

    + 영감

     

    특별히 그림을 위한 사전 활동은 따로 하진 않아요. 단순히, 제 자신이 좋아하는걸 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전시 보러 가는걸 좋아해요. 단순히 그림 전시에 한정된게 아닌 사진, 조각, 유물, 회화 작품 등 다방면의 전시를 선호합니다. 

     

    + 작업과정

     

    종이에 샤프를 이용해 깔끔한 선으로 그린 후 얼굴의 두 뺨과 콧등, 머리카락, 관절, 약간의 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은 부분 등에 페이퍼펜슬로 부드럽게 문질러 마무리 합니다.

    수작업으로 채색을 할 경우엔 위의 과정에서 페이퍼 펜슬로 문지르기 이전에, 미리 자체 선별한 4,5가지의 제한된 색상만으로 칠해준 후 그 위에 페이퍼 펜슬로 강조할 곳곳을 문질러 마무리 해줍니다.   

    PC에서 채색을 할 경우엔 위의 과정에서 스캔 후 포토샵을 이용해 드로잉에 맞게 칠하는게 아닌, 드로잉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고 그 위에 드로잉과 어울리거나 표현하고 싶은 주제와 맞는 도형적인 그래픽을 또 하나의 오브제로서 과감하게 얹힙니다. 

    그것들은 도형적인 그래픽이 될 수도 있고 낙서가 될 수도, 글자가 될 수도, 그 무엇이든 다 될 수 있어요. 저는 그저 제 드로잉 위에 색칠공부처럼 칠하는게 아닌, 그렇다고 너무 이탈해 이질적인 것도 아닌 그 둘의 중간쯤에 위치한 시각적인 시도를 담고 싶어요.  

     

    + 재료 설명 - 작업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 

     

    종이, 샤프, 지우개, 자, 페이퍼펜슬, 컴퍼스. 개인작업 시에 꼭 필요한 준비물이에요. 이 다섯가지는 제 그림의 성격을 위해 필수로 가지고 다녀요.

    종이는 심심하지 않게 약간의 노이즈가 있는 티끌지를 선호합니다. 연필의 텍스처를 좋아해서 샤프나 연필로 그리기 때문에 점점 색채의 풍부함을 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마카와 색연필을 종종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 작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

     

    특별한 철학같은건 없어요. 그저 그리고 싶을 때 '한번 그려볼까?' 하고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그리는 때마다 항상 마음이 다 다른 것 같아요. 

    다만 철학이라기보다 변하지 않는 어떠한 법칙이라면, 나이들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만 그린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리는 제 자신이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에서 경험하고 내면에 쌓여가는 것들이 그림의 내용엔 영향을 주게 돼요.

    행복할 땐 행복한 그림을 그리게 됐고, 우울할 땐 행복해지고 싶어 가짜 행복을 그린다거나 있는 그대로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화가 날 땐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그림을 거침없이 그렸었어요.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그림들 탄생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썼지만, 사실 요즘은 부정적인 분위기를 담은 그림은 일체 그리지 않습니다. 

     

    + 작업 진행이 어려울때는 극복 방법 노하우

     

    그림이 안되서 극복하려고 했던 적은 없어요.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은 마감기간이 있고 어느 정도의 컨셉 회의가 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어렵지 않았고, 개인작업의 경우는 그냥 안그려지면 안그려 버립니다. 

    괴로우면 위로받고 싶어 저절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우는 있었어요. 안되는걸 굳이 괴로워하며 애를 쓰고 그리고 싶진 않아요. 

     

    + 인상 깊었던 작가와 작품 

     

    마티스! 앙리 마티스의 작품들을 너무 좋아해요!

    특히 도형적이고 간결하게 표현한 색종이 작품들을 좋아해요. 색채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 최근 관심사

     

    현재 불교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작년 봄이 오기 전에 13년을 함께 했던 반려견과 이별하게 되었거든요. 

    폐부터 시작해 온몸의 상태가 악화되어 약 1달간 큰 고통을 견뎌왔었는데 결국은 날씨 좋은 토요일 오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됐어요. 

    바로 1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앓는 소리를 내고 숨을 쉬며 촉촉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봤던 막내였는데, 

    거짓말처럼 1초 후엔 흉부를 자극하며 호흡을 시도해야 간신히 신체 기관을 통해 새어나오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촉촉하게 안구를 보호해주던 물기가 순식간에 말라 눈에 돌던 생기의 물기가 정말 사라져 말라버리더군요.

    죄책감과 상실감에 너무나 큰 슬픔을 경험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추스리며 막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 감정들을 그림으로도 표현했고 실제로 막내 흰둥희가 아팠던 시기에 그렸던 드로잉을 완성해 흰둥희와 함께 묻어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숨을 쉬는 생명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곳'과 그 숨이 다하여 바로 1초 전까지도 생명이었던 것들의 경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그것을 잘 설명해준 것이 불교였고 그 이후로는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아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요즘은 영어 공부에 빠져 있어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즐겁게 틈 날 때마다 공부하고 있답니다. 

     

    + 여가

     

    산을 좋아해서 등산을 즐겨합니다. 숲 속에서 흙냄새 맡고 물소리와 새소리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것만큼 위안되는 일도 없는 것 같아요. 

    시야가 트인 곳에 앉아 한 눈에 내다보이는 시내 전경을 멍하니 바라보면 저 곳에서 이 순간만이라도 벗어나 있다는 안도감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요.

    국립 현대 미술관이나 시립 미술관에서 전시보며 시간 보내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은 영상전시가 많아서 한 작품씩 주의깊게 감상하다보면 정말 말그대로 시간이 금방 가요.

     

    + 앞으로 계획과 희망

     

    첫번째로 이 그림일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두번째로 제 연필 드로잉으로 아주 소박한 컨셉으로 개인전시를 열고 싶어요. 그려두고 쌓아놓은 드로잉들이 많아요. 혼자 보기 아까워요. 전시 관계자분 여러분들, 드로잉 전시 생각있으시면 연락주세요. :)  


    + 이밖에 독자들에게 말 하고 싶은 것

     

    여기까지 읽어주신 월간 일러스트 독자분들께 감사드려요.

    일러스트 관련 책자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연관되어 계신 분들이 많이 읽으시리라 생각되네요.

    20대 중반, 한참 활동하던 시기에 했던 수년 전의 인터뷰 이후 최근에 내심 고대해 왔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감사히 응하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도 사람도 그림도 변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변곡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이전과는 달리 일을 많이 줄이고 하루 하루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개인그림도 그리고 있지 않죠.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나아진 내면을 위해 잠시 느리게 걷는 중인 것 같아요. 

     

    그림을 진정으로 좋아해서 그리기 위해 그림이 아닌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어요.

    무언가에 너무 빠져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건 집착과 다를 바 없고,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들이 되려 화를 불러 올 수 있겠더라구요.

     

    어느 곳에서든 그리고 어떠한 조건 속에서든 다른 사람과의 경쟁으로 병들지 않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충분히 잘해오고 있다는걸 항상 염두해두며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잘 돌보며 나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래요.

     

     

     

     

     

    | 인터뷰에 실린 작품설명

     

    1. 예민한 아이 - 위에서 아래로 읽는 6칸짜리 간단한 컷 일러스트 입니다.  

        열매의 껍질이 벗겨지고 반을 가르는데 안쪽에 씨앗까지 함께 잘려나가는 내용이에요.  

        여린 성격을 열매로 표현했고 그 안에 자아로 상징된 씨가 날카로운 외부 자극으로 쉽게 잘려나가는 것으로 제 예민한 성격을 표현한 그림이에요. 

     

    2. 영화 <앙리 앙리>를 보고 - 영화를 본 후 감상을 그림으로 나타내기를 시도해오고 있어요.  

        영화보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기록해두는 의미있는 작업인 것 같아서요. 

        이 그림은 영화 속에서 예쁜 사랑을 이룬 연인에 대한 부러움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속 여자아이의 적나라한 표정을 너무 좋아해요. 

     

    3. 4. 5. 노래는 즐겁다 시리즈 1,2,3 - 동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합니다. 

        동요 노랫말이 리듬감있고 그 자체가 시적이기도 해서 기분이 좋아져요. 실제 시인들이 작사한 경우도 많아요. 

        <노래는 즐겁다> 이 동요는 박목월 시인이 작사한 곡이에요.  

     

    6. 눈병 - 하루종일 놀이터에서 노는 눈병 걸린 소녀의 그림입니다. 조금은 당돌해보이는 시선으로 서있는 소녀 둘레에 시간의 흐름을 도형적인 태양의 변화로 나타내었어요. 

     

    7. 화분샤워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몇 안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한창, 그림의 상하 구도를 무시하는 표현에 빠져 있을 때 그린 그림이에요.

     

    8. 소녀들이여, 페달 페달 페달! - 태양을 등진 4명의 소녀가 뭉쳐 자전거를 타고 물길을 건너는 모습입니다.

     

    9. 붓다와 코끼리 - 코끼리에 앉아 특유의 분위기를 뿜고 있는 어린 붓다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 역시 화분 샤워 그림처럼 상하 구도를 무시한 그림 중 하나에요.   

     

    10. 너는 달빛 - 달을 향한 애틋한 소녀의 모습과 내면을 아기자기한 풍경과 함께 도형적으로 표현하였어요. 

     

    11. 내가 서툴러서 미안해 - 반려견 흰둥희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죄책감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무렵에 그린 그림이에요. 

     

    12. 예쁘게 말해요 - 불교에 심취하면서 여러 경전을 읽어 왔어요. 그러면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 무렵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13. 눈물 줄기 - 반려견 흰둥희가 너무 아파할 때 그리기 시작해서, 떠나보내고 마무리하게 된 그림이에요.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나날들을 표현했어요.   

     

    14. 사랑하는 흰둥희를 기리는 그림 - 이 그림이 반려견 흰둥희와 함께 묻어준 그림이에요. 이 그림이 흰둥희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묻어준 그림은 드로잉만 그려진 원본이고 채색본은 그 이후에 완성한 거에요. 어렸을 때 잠시 떨어져 있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가족과 떨어지는걸 극도로 두려워 했었던터라 우리가족들이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걸 흰둥희가 알아주길 바래요.

     

    15. 사랑해 - 연인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만발한 꽃과 무지개와 노을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16. 아이들 몸에서 자라나요 - 아이들 얼굴만을 이용해 새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17. 연결 - 4명의 각기 다른 남녀가 서로 삥 둘러 하나가 된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모든 것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하나'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18. 2019년 1월 - 2019년 달력용으로 그린 1월달 그림입니다. 정물을 주제로 얼굴과 물건들을 구성해 그려보았어요.

     

    19. 고질병 - 고질적인 우울증에 대해 그린 그림이에요. 요리를 가스레인지에 올려 놓고선 깜빡 잊고있던 요리를 뒤늦게 발견한 기분이었나봐요. 

          자욱하고 매캐한 탄 연기 속에서 시계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올려놓고 누군가에게 들킨 듯한 놀란 모습으로 뒤돌아 화면을 응시하는 소녀의 모습이에요.

     

    20. 영화 그린북을 보고 - 영화 그린북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 자체도 훌륭했고요. 

          그 느낌과 영화 속 주인공의 심리적 위치를 거꾸로 배치해서 반대로 읽히는  제목으로 표현하였고 어쩌면 위태로운 그의 감정을 흔들리며 떨어지려는 하얀 기하학 조형물로 표현하였어요.  

     

     

     

     

>
이 작품을 콜렉트 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콜렉트 하였습니다. 취소
이민진 님의 모든 작업을 감상하였습니다
이민진 님을 팔로우하고 피드에서 새로운 소식을 받아보세요
팔로우
피드 바로가기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