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

 그래픽 디자인 · 브랜딩/편집 

기억도록, 잊혀지는 것들에 관하여

2018.05.02 | 그래픽 디자인 · 브랜딩/편집
  • 잊혀지는 것들에 관하여 - Re:Pantone Prjoect

    2017년, 210x297mm 84쪽

     

    지금으로부터 4년전,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머리만 삐쭉 내민채 선체가 완전히 잠겨버린 세월호의 모습과

    화면 왼쪽 귀퉁이 한켠에 집계되는 백단위의 실종자 수를 보고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감정적으로 무딘 사람이거나 그 사건이 그럴만한 이펙트를 가지지 못했기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그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기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전혀 슬프지 않았습니다. 실종자수가 그대로 사망자수가 되어버리고,

    안산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고,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오고, 나라 전체가 가라앉는 그 상황에서도 어떠한

    감정적인 동요조차 일지 않았습니다. 마치 한편의 영화-혹은 꿈을 꾸고있는듯한 이 느낌.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할

    현실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3년이라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화창한 날 우연히 광화문 광장을 지나다 마주친 풍경. 그것은 아름답고도 따뜻한, 그래서 풋풋하기까지한 봄날의 풍경이 아니라

    노란 리본과 천막, 휘장이 휘날리며 슬픔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참사 3주기를 맞아 애도하는, 봄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풍경을 광화문 광장 건너편 횡단보도에 멀거니 서서 바라보다가 문득 횡단보도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세월호 참사 이외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분노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절규와도 같은 문구들이 저마다의

    색을 가진 스프레이로 휘갈겨져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나도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분노도 몰려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세월호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많은 사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구의역 김군 사건, 강릉 대화재, 군 의문사...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잊혀졌던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찾아보는 와중에도 똑같은 사건들이 끊이질않고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자꾸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것일까. 그리고 이 일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려면 어떻게 해야할것인가. 

    고민끝에 이른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우리는 매 사건들에 순간적인 분노와 동정과 공감과 슬픔과 애도를 표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것일뿐,

    우리는 이내 그것에 무뎌지고 종내에는 잊어버립니다. 그렇기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이런 사건들은 자꾸만 반복됩니다.

    그리고 반복될수록 우리는 더더욱 무뎌집니다. 그렇게 그 사건들은,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들은 잊혀져갑니다.

     

    그래서 기록하기로했습니다.

    잊혀지는 것들에 관하여.

    이것은 저마다의 삶과 정체성을 가지고 충분히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진, 혹은 가졌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오프닝 _<폭죽>,2017

    <폭죽>은 <잊혀지는 것들에 관하여>의 부속 작품이다. 폭죽은 일순간 가장 밝은 빛을 발하며 터져오르고, 우리는 그 찰나의 섬광에 주목한다.

    그러나 그 순간은 덧없이 짧고, 우리는 이내 화약 연기만이 매캐한 밤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이러한 폭죽은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치 폭죽의 그 찰나처럼, 우리는 수많은 사건들에 순간적인 분노와

    슬픔과 동정과 추모를 더하지만 이내 사건에 대한 반응은 사그라들고,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수록 우리는 그 사건들에 무뎌지고, 종국에는 잊어버린다.

     

     

     

     

     

  • 우연한 계기로 생겨난 슬픔이 이내 분노로 바뀌고, 그 분노를 기점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만드는 몇달동안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알지못했던 슬픈 사건들을 헤집어야했고, 헤집으면 헤집을수록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싶을때도 많았습니다. 슬픈일을 자꾸만 헤집는다는것은 유쾌한 일도 아니거니와, 인디자인을 처음켜보면서

    해보는 작업이라기엔 스케일도 너무나 컸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항상 끝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저를 다시금 작업대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는 사명감.

    부디 그 사명감이 큰 변화는 몰고올 수 없더라도 헛된 사명감만은 아니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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