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전 - '계획은 없습니다.']

2020.03.06 / 디지털 아트 · 파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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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정, 상수역에 위치한 ‘아트아치’에서 개인전을 시작합니다. 3년간 서울, 베를린, 강릉으로 거처를 옮기며 느꼈던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6점의 그림을 포함하여 총 33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전시는 오늘부터 3월 29일까지 3주간 진행됩니다. 좋지 않은 시국에 전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전시 공간은 매주 방역소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소 : ARTARCH (서울 마포구 독막로9길 34 아트아치)

    (*주차공간이 없으므로 대중교통 이용 부탁드립니다.)

     

    전시기간 : 2020. 3. 4 (수) - 2020. 3. 29 (일)

    관람시간 : 11:00 - 20:00 관람료 : 1 Drink (30% 할인)

    *3월 3-6일 사이 아래 링크로 사전 관람 신청 후 방문하시면

    관람료(커피) 30% 할인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링크 : bit.ly/2PGXm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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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노트 ]

     

    초등학생 때, 방학이 임박하면 담임선생님은 언제나 방학생활계획표를 그리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러면 난 동그란 시계 모양을 그려 아침에 눈 뜨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피자조각 나누듯 경계선을 그어가며 시간을 나눴다. 머릿속으로 제법 고민을 해가며 색칠도구들을 사용해 색을 칠하고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방학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짠 '성실한 초등학생의 계획들'은 실천되지 못했다. 상상한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의 내가 그만큼 달랐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고 계획표를 잘 지켰냐는 선생님의 말에도 나는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과 비슷한 일들은 또 벌어졌다. 나는 내가 속한 분야에서 나름의 거창한 미래 계획들을 세웠지만 많은 것들이 내 이상과는 달리 어그러지고 말았다. 절망적이었다.

     그 즈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듯 베를린으로 떠났다. 이제 난 계획은커녕 마음의 문 마저도 굳게 닫아버리고 말았다. ‘어디 얼마나 제멋대로 돌아가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입을 닫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비뚤어진 예상과는 달리, 조금씩 내 마음의 반대편 방향으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계획한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놀라운 세계였다.

     기적처럼 지구반대편에도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큰 계획이나 염려 없이도 웃고 만족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직위나 돈, 순위, 성취 같은 것들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보았다. 내가 생각한 기준, 내가 정한 계획이 이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방학생활에는 잃어버린 생활계획표보다 더 신나고 두근거리는 일들이 가득했다. 내가 그린 생활계획표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 개천에 가서 몸을 던지고 헤엄치는 일이 없었다. 엄마를 따라 갑자기 할머니 댁으로 가는 일도 없었고, 그 곳 개울에서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가재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일들은 계획표에는 없던 일종의 '사고'였지만, 어찌보면 놀라운 발견이자 평생 가슴에 남을 행복의 순간이었다.

    계획이 없다는 것은 정말 부정적이고 무책임하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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