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2014.09.01 / 파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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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에 가서 작품도 만들고 멋지게 살꺼야!"
    제주에서 3년째 살면서 작업실의 필요성을 느꼈다.

    외로움과 고독에 익숙해져 가면서 시들어가는 창작욕구를 작업실 핑계로 버텨나가던 시기였었는듯 하다.

    좋은 사람들, 멋진 작가들과 오손도손 모여 교류하고 창작도 하고
    누군가에게 보호막이, 누군가에게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누군가에겐 환멸의 공간이 되길 바랬다.

    내가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삶을 소모하듯 쏟아 부었고
    지금은 불타서 사라저버린 짧았던 나의 낙원, 나의 청춘, 나의 이상에 대한 기록이다.
  • 최소 5년은 버려져 있었던 공간
    여기저기 보수할 곳도 많고
    바닥 쓰는데만 4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이곳에 벌어질 일이 눈앞에 아른 거리면서 힘든지 모르고 하루하루 조금씩 진행해 나갔다.
  • 가장 먼저 작업을 시작한 곳은 컨테이너다.
    이곳을 개조해서 내가 숙식을 하려고 했다.

    당연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0t 스티로폼을 2중으로 대고 석고보드로 정리하고 핸디코트로 마감했다.

    주변에 민가도 없고 워낙 조용한 곳이긴하지만
    소리에 예민해서...천정에 방음재 50t로 마감을 한번더 올렸다.

    (컴퓨터가 불타면서 사진들이 사라졌지만 여기저기서 되찾는데로 계속 업데이트 해야 겠다.)

  • 부엌 쪽에서 바라본 컨테이너 외벽이 너무 상막해 보였다.
    처음에 단색으로 면분할을 이쁘게 해볼계획이였는데, 조색작업이 의외로 까다로워

    산수화 그리고 끝냈다.
     
  • 컨테이너, 샤워실,부엌 
    공사가 끝나고 작업실에서 간간히 작업을 할수 있게 되었다.
  • 이젤이 필요하면 이젤을 만들면 되고
    책상이 필요하면 책상을 만들면 되고
    내인생에서 가장 생산력이 높았던 시간들이였다.
  • 200평의 공간은 생각 보다 크고 감당하기 어려웠다.

    안개가 끼는 날이면 작업실 내부에 구름 처럼 안개층이 떠있었고
    바람부는 날이면 작업실 여기저기 회오리가 돌기도 했다

    반투명 천장 덕분에 일출과 일몰을, 비오는날 천장에 흘러내리는 비를 감상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캔버스의 색감에 영향을 미치고, 습도는 장비들에게 좋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태양이 떠있는 동안은 항상 밝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래 독립된 공간을 만들자!
  • 설치미술이나 사진,그림을 전시하거나 작업할공간은 차고 넘쳐 났다.

    그래서 필요한 공간은...

    영상을 상영하거나, 공연을 하거나, 방문하신분들이 묵을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극장을 만들기로 했다.
  • 극장을 만든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지인들이 후원 물자를 보내주었다.

    구호물자를 보내면 내가 인증샷을 찍어 주겠다. 라는 '나 혼자의 딜'

    실제로 건축자재들도 여기저기서 얻어오기도 하고 지인들이 와서 공사도 많이 도와주었다.

  • 여느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진행해가면서 수정이 발생하였다.

    처음에 260인치 스크린을 계획하고 천고를 설계했는데..
    스피커 높이를 생각 못했다.
    그래서 계단형으로 천정을 높이기로 변경하였다.

    통장 잔고는 이미 다 소진된상태고

    밭일과 공사장등 노가다를 다니며 생활비로 반쓰고 반을 모아 자재를 구입했다.

    노가다 마치고 와서 저녘에 작업하는 식이었다.

    맹목적에 가까운 열정이라 그런지 행복하지도 딱히 불행하지도 않은 일출전의 바다 같았던 날들이었다.
  • 2014년 4월 6일 내가 써놓은 글을 옮겨 본다.

    오전에 밥값벌러.. 밭일가고.. 오후에 공사하고 해서.. 
    이제야.. 천장 골조 다 올렸다.

    이 고생에 끝에 낙원이 없다는거
    이 작은 감상실이 
    나를 구원하지 못 할꺼라는거 
    다 알고 있다.

    증명 할 것도 없고, 인정 받을 것도 없고,

    어제부터 였다.
    내, 들어갈 관짜는 기분이다.
  • 이래 저래 벽을 다 세우고 천정까지 올리고 페인트도색을 할때다.
    생각보다 더 근사하게 나와서 좋았다.
  • 샌드위치 판낼의 허접함을 견딜수 없었다.

    뭔가 트릭이라도써서 레이어드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공간 자체가 비닐하우스 안에 또다른 공간이니까... 

    벽 또한.. 벽안에 벽으로 무한의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다.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편백나무를 산다고 몇일간 일했던 돈을 또 다 썻다.
  •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하다보면 정신줄을 자주 놓는다.
    (그렇게 핑계될꺼다..)

    문열고 후진해서 문을 부셔먹었다.
    뻔히 부셔지는거 지켜보면서 내가 할수 있는건 소리지르는것 뿐이였지.
    (안돼에에에에에에!!!!!)
  • 사진과 글로 표현못하고 있지만

    정말 우여 곡절끝에 극장이 완성 되었다.
    (여기서 완성이랑 당시에 할수있는 만큼 했다는 정도이다.)
  • 육지에서 지인들도 서서히 놀러오기시작했다.
  • 친구가 친구를 데려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 누군가는 와서 자고 가기도 하고
  • 디제이 친구들이 오면 클럽이 되기도 하고
  • 그림 그리는 친구가 오면 같이 페인트도 뿌리고
  • 때로는 목공소가 되기도 

    때로는 세차장이 되기도

    첨으로 가구를 주문받아서 만들어서 팔았다.

    그렇게 돈 버니까 진짜 신기했다.
  • 가로 길이가 30미터쯤 되서...

    언제든지 활도 쏠수 있었다.

  • 영화감독, 영화배우, 농부, 3d그래픽 디자이너, 노가다꾼, 기타리스트, 웹디자이너, 바리스타...

    장르불문하고 여러사람들이 모여서 어떠한 감상적인 시간을 누릴수 있었고 그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약이 있는것도 아닌, 내가 만든 세상

    꼭 술과 음악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선 그저 그렇게 되는 공간이였다.

    내 이상과 내가 증명하려던 그것들과 점점 닮아가는 듯해서 나는 벅찼었다.
  • 5월 30일 새벽 5시 전기합선(추정)
    당시 내가 썻던 글을 가져와 본다.

    막걸리한잔하고 기분좋게 잠들었다.
    어떻게 깬지 모르겠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게를 펴고 시간을봤다. 새벽 5시 20분

    "쉬이이이익~" 압력솥에 밥이 찰지게 익어가는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잠깐..

    "난 압력밥솥이없는데?"

    침대 머리맡 창가에 붉은 햇살이 가득했다.

    잠깐..
    "저긴 서쪽이라 한번도 해빛이들어온적없는데?"

    블라인드를 열어 젖히자..

    붉은 불기둥이 창밖을 메우고 있었다.

    가스 밸브가 불에타며 화염을 토해내며 쉬이익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밀려오는 열기
    태양이 문앞에 있었다.
    "아 뜨거"
    문을 닫고 창문으로 도망치려 했다.

    쇠창살
    두손으로 부여잡고 미친듯이 흔들어도
    튼튼하더라

    곧죽을것같았다.

    20키로 lpg통은 계속 화염을 내 뿜고
    냄비속에 만두가 된 신세였다

    바닥에 누워 휴대폰을 열고 119를 애타게 눌렀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비밀번호 4자리를 맞출수가 없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옷가지로 얼굴을 부여감고 문을열었다.
    위 아래 좌우 온세상이 붉었다

    저녘노을에 빠지면 그런기분이겟지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붉은색 물결

    천장에 불이흘러내려 바닥도 불바다였다
    어떻게 신은지 모르겠는 짝짝이슬리퍼
    등에 불이떨어지고 바지도 구멍이 뚫렸다.

    뛰쳐나와 119에 신고하고,
    내 장갑차가 아직 안에있다.

    "아.. 할부아직남았는데...)"
    달려들어가 시동걸고 물짝에 긁히든말든 밀고 나왔다.

    30년간 이룬것들을..
    30분만에 사라지는 것을...
    3분만 늦었어도 불길에 휩싸여 재가 될뻔 했던 나..

    (모든것이 사라졌다.)

    형사 소방관 경찰 같은 진술을 몇번이나 하고
    조서쓰고 돌아와 보니
    모든것이 사라졌다.

    10년간의 내 작품들
    처녀작 그림부터
    소중했던 편지들 사진들

    리셋이란 이런거지

    동네 식구들이 달려와주었고
    "맨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네"

    .
    1월29일 내생일은 첼린저호가 대기권도 뚫기전에 공중폭발했고
    5월 30일 오늘 내 두번째 생일이다.
    나는 내 역사의 소멸, 화염속에서 태어났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반열에 있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절망적이지는 않네

    이제 미련없이 뭐든 다시시작할수 있다

    물질은 결국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것이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니까

    오기로 미리약속한 손님들, 응원해주고 구호물자 보내준 고마운 지인들.. 내 좋은 추억 경험 대화로 보답하려했는데.. 빛도 못봤네요 죄송합니다.

    벌써부터 기프트콘 보내주시는 분들있는데 고맙습니다. 근데 지금은 현금으로 도와주세요. 나 진짜 이재민

    갈아입을옷도 없고 임시 거쳐로 당분간 제주바라기게스트하우스에 머무릅니다.

    밥도잘먹고 잘지내고 있습니다.
    한치앞도 모르는게 사람앞길입니다.
    오늘,지금을 누리세요!
  • 空手來空手去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①사람의 일생(一生)이 허무(虛無)함을 이르는 말
    ②또는, 재물(財物)을 모으려고 너무 욕심(慾心)을 내지 말라는 말

    내손으로 만들고 내손으로 부순다.
    윤회의 궤도여라
  • 낙원 이였다.

    아무곳이나 페인트건 물감이건 뿌려도 되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뭔가 만들수 있었고

    손님이 오면 언제든 머무를 방이 있었고

    아무리 뛰어도 닿지않는 4미터의 천장이 있었다.

    구름사이에 태양을 보며 샤워할수 있었고

    밤새도록 귀가터지게 음악을 틀수있었다.

    방문했던 모두가 즐거워 했고

    내 그간 치열했던 순간들이 다 보상 받는 느낌이였다.

    불타고 모두 재가 된뒤 슬프지 않았다.

    작업실이 완성되어 가고 장비들이 메꾸어 질수록

    근사한것을 만들어야 겠다는 작품에 대한 부담만 커져가고
    정작 나는 무언가 만들기에 머뭇거려 질 뿐이었다.

    제주도라는 창살없는 감옥
    이 지독한 아름다움 속에서 나가야할 마땅한 이유도 없었는데...

    지인 작가가 말했다 
    "부럽다" 

    그말이 무슨말인지 내가 제일 잘알지...

    다 환상이였다. 근사한 작업실이 있다고 내가 근사한 작품을 만들수 있는게 아니라는거 인정한다.
    어쩌면 나는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할수도 있다. 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던 친구 형들이... 
    "네가 뉴에이지에 빠져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불속에서 맨몸하나로 뛰쳐나왔다...
    여느 신화 같은걸 흉내내 묘사하면 내 나르시즘을 충족시키 수 있는 것은 좀 좋다.
    이 특별한 경험(꼭 추천하지는 않는다)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좀더 중립적이여 진것 같다.

    죽다 살아나봐라 뭐가 더 무섭겠는가.

    다 잃고 나서 막막할때

    여기저기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다.
    뻔뻔하게도(사실 뻔뻔하다고 생각안하고 있다) 돈좀부쳐 달라고 sns에 올린 글덕분에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자기집에 와서 살라는 친구도, 카메라를 보내주신분도, 필요한것 없냐고 물어오시는 분들

    그게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이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계속 작품활동을 해서 그 빚을 세상에 다 갚아야 겠다.

    ps-역시나 컴퓨터도 다 타버려서 많은 사진들과 영상들이 사라졌지만 여기저기 조각모음하듯 찾아내여 계속 업데이트 하기로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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