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도라가 서 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칼이 왼쪽으로 높이 쓸렸다. 길고 윤이 나고 하나하나가 굵은 실처럼 두꺼운 머리칼이다. 그애의 걸음이 느려졌고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간격은 점점 좁아졌다. 몇 마디 말을 섞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얀 얼굴에 주근깨가 몇 개 박혀 있고바람을 피하느라 얇게 뜬 눈엔 속 쌍꺼풀이 져 있다. 그 눈이 나와 마주치자 놀라듯 조금 커졌다.
- 손원평 < 아몬드 >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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