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View
516
Love
5
comment
0
  • 유년시절

     

    내 추억속에 살아있는 그들

     

     

    Illustration,character design,childhood,food,memory



    불량식품 몸에 안좋다고 어른들은 말했던것같다. 하지만 심심하고 배고픈 우리들 입에는 안성맞춤 보양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땐 참 커다랗던 초등학교 운동장 모래위에서, 높았던 철봉아래에서, 슈퍼 앞 시멘트 바닥에서

    우리의 유년시절을 함께해준 그들을 기억한다.

    그들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게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면 지금도 고를수가 없다.

    등교길은 서두르느라 먹으면서 갈 여유가 없었지만 그 때 나의 하교길은 기다란 신호등을 건너 또 기다란 육교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르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내게 심심하고 허전한 하교길의 든든한 동행자였다.

     


    그들과의 추억


    1

    먼저 테이프를 뜯었던거 같다.

    얇고 기다란 테이프를 집에서 길게 늘어뜨려 길이를 재보려던적도 있었지만 그냥 먹어버렸다.

     테이프가 얇다고 맨끝에 큰 덩어리를 통째로 씹으면 질겨서 맛이없다. 얇고 길게사는게 테이프에게는 좋은 삶이지 싶다.


    2

    맥주맛사탕은 거품부분에 꽤 톡쏘는 맛이있어 즐겨 찾았다.

    거품부분 다먹고 남은 노란색 맥주맛 부분은 거품보다 자극이 없어서 그냥 그랬던것 같다.

    맥주는 이런맛일줄 알았다. 페인트 사탕이랑 손가락 사탕은 주변에 친구들이 먹고있으면 빨갛거나 파래진 혀들을 보며

    나도 괜히 따라서 사먹게되는 바이러스성 사탕이다.

     

    3

    바둑알초콜릿은 주머니에 여유가 있으면 가끔 사먹었는데, 정말로 바둑알을 먹는듯한 혼돈을 준다.

     

    4

    지금 먹어보면 다 같은 맛같은데 비틀즈는 유난히 보라색에 집착했다.

    비교적 보라색이 적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보라색 비틀즈가 제일 좋다.

     

    5

    아폴로는 앞니의 평평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먹었다.

    거칠게 먹고싶은 날엔 다발로 물고 깔끔하게 뽑아먹으면 그렇게 개운할수가 없다.

    지금 다시 사서 먹어보면 좀처럼 세게 악 물어도 뽑히지가 않아, 이걸 어떻게 뽑아 먹었나 싶다.

     

    6

    하트에 반은 화이트 초콜릿, 반은 다크 초콜릿이 들어있는게 있었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

    패키지로 파란 숟가락으로 퍼먹었는데, 섞어서 먹으면 더 풍부한 맛이 났더랬다.


    7

    씨씨는 양이 많고 한개를 먹어도 녹여서 오래 먹을수 있는데다 중독성이 강해서 늘 지니고 다녔다.

    색소덩어리라 해고 내겐 그 색이 참 예뻤더랬다. 정말 심심할때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개척이라도 하려는 듯 은박껍데기를 떼내곤 했다.

     

    8

    얼려먹는 과일모양 젤리 아이스크림은 녹으면 음료수처럼도 먹고, 반을 나누기도 편해서 자주 먹었다.

    난 포도맛을 제일 좋아했다. 아이스크림이지만 사실은 젤리여서, 입안에서 쫄깃함이 느껴지던게 생각난다.

     

    9

    쥬시쿨은 더운 여름에 먹는게 제맛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허연 플라스틱 수저로 요리조리 찍어대면, 금세 녹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잘못 얼린 쥬시쿨을 고르면 우유팩 입구에 쥬시쿨이 얼어있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잘 골라야 했다.

    나는 복숭아맛이 제일 좋았다.

     

    10

    콜라맛 젤리는 가격대비 양이 많았다. 그런데 이빨에 너무 많이 꼈다.

    몇몇 애들은 이빨에 끼지 않도록 혀에서만 녹여먹거나 했는데, 그건 젤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콜라향이 느껴지는 콜라색 젤리의 큐브들도 나의 유년시절을 함께했다.

     

    추억 속의 그들은 다시 먹어보면 그 맛이 아닌 미스테리한 존재다.

    어쩌면 유년시절의 우리처럼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 때의 그 맛이, 그들이 그리운게 아닐까.





    키치매거진 3호에 게재예정이었던 작업.

    안타깝게도 무기한 출간연장으로..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노트폴리오에 업로드해봅니다.




>
이 작품을 콜렉트 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콜렉트 하였습니다. 취소
박지은 님의 모든 작업을 감상하였습니다
박지은 님을 팔로우하고 피드에서 새로운 소식을 받아보세요
팔로우
피드 바로가기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