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왜 결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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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랑 왜 결혼하고 싶어?” 어느 겨울, 눈 내리던 날 네가 내게 물은 말.

    난 까만 사람이었어. 그 까만 티를 안 내려고 부단히도 웃으며 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사람이였지. 어렸을 때 이사도 많이 다녔고 전학도 여러 번 갔어. 그러다 보니 당연히 친구들도 몇 없었고 부모님은 거의 매일을 싸우다시피 지내셨어. 그런 날이면 나는 그냥 화장실을 가서 문을 잠그고 숨죽여서 그 상황이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기도 했어.

    초등학교 5학년 9월 26일 내 생일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한달음에 달려갔어.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맛있는 밥도 먹고, 웃으며 떠들기도 하고 케이크에 초도 붙여서 뻔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야.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니까 우리 집이 그 어떤 곳, 어떤 날보다 더 까만색이더라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어. 몇 분 지났을까, 엄마가 들어오더라고. 엄마가 울어. 생일선물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나는 괜찮다며 우는 엄마를 달래다가 나도 그냥 엉엉 울어버렸어. 그러곤 집을 나가서 내가 자주 가던 놀이터를 갔어. 아무도 없는 그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탔어. 아직도 그날 기억이 불쑥 떠올라. 자꾸 그네를 타며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

    그렇게 살아오다 어느 날 너를 본 거야. 널 사랑한 거야. 너를 만나가면서 나는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내 또래에 사람들도, 우리 엄마, 아빠 또래에 어른들도. 그렇게 건강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아지니까 내 기억 너머로 우리 가족의 까만 기억 뒤에 좋았던 기억도 보이더라고. 어느 정도 우리 가족의 모습이 이해가 되더라. 우리는 아마 최선을 다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 자꾸만 우리 가족이, 내 어린 시절이 좋아져. 네가 나한테 뭐길래 까만색이 자꾸 옅어지는 걸까. 그 까만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되어 갈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좋아. 그래서 매일 지겹도록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또 하루 끝까지 너를 내 안에 가득 채우고 싶어. 나도 이 빛을 너에게 건네고 싶어. 너랑 이 시간을 같이 살아가고 싶어.

    이게 네가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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