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충#1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 이상 <이런 시>

2021.02.04 | 타이포그래피
  • #낭만충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 이상 <이런 시>


    아, 이 얼마나 절절한 사랑인가. 내가 감히 사랑할 수 없는 대상인 줄을 알면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 얼마나 애달픈 사랑인가. '그다지'가 드러내는 그의 사랑은 '얼마나 사랑하냐'는 애인의 물음에 적절한 대답이 될 것만 같다.

     

    저릿한 사랑시로 알려진 이상의 <이런 시>는 사실 이 부분을 작문하게 된 상황 묘사로 채워져 있다. 일제강점기의 한국 문인들은 실의에 빠져 퇴폐적인 글을 썼다. 우리들은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때 고작 잠에 들지만, 그들은 염세적이고 몽상적인 낭만주의 문학을 펼쳐냈다. 모더니스트였던 이상은 이러한 낭만주의 문학에 반기를 들었다.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이런 시>의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에게 사랑시로 알려진, 바로 그 낭만주의적인 '이런 시'를 찢어버리고 싶다는게 작가 이상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낭만주의를 싫어하던 이상의 낭만시를 보며 사랑에 젖는 사람들. 그야말로 현실 도피적인 낭만 그 자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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